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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국가책임제 시행에 기대를 건다(한명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1-30
조회 48192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에 기대를 건다

 

전북광역시 광역치매센터 한명일

 

사랑하는 연인의 품에 안긴 여인의 가녀린 목소리가 떨린다. “당신, , 책임질 수 있어?” 남자는 잠시 멈칫 하면서 책임지라는여자의 말에 가슴이 묵직해진다. 연인의 눈을 응시하면서 남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두 사람은 미래를 약속한다. 그런데 이 남자, 엄밀한 의미에서 여자의 인격과 인생을 감당하고 책임을 떠 안을 수 있을까? 기실, 내 전부를 바쳐서라도 지켜주고 싶은 사랑스런 그녀의 모든 것을 그는 책임질 수 없다. 다만, 같이 하겠다는 굳은 약속이고 다짐이다

 

치매 국가책임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민생현안 가운데 하나가 치매입니다.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감당하기 힘든 병입니다라면서 이제는 치매환자를 본인과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하신다.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기 위해서 올해 추가 예산안에 2023억 원을 포함시켰다. 전국에 치매안심센터 252개소를 새롭게 구축하고, 치매안심병원도 79개소로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의료비 부담도 줄일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일단 치매관련 인프라의 하드웨어가 늘어나고 치매 치료가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국가가 치매를 책임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는 72만 여명으로 추정된다. 치매 환자 한 사람에 소요되는 직, 간접 비용을 연간 2천 만원이 넘는다고 추산한다. 얼추 계산해도 1년에 필요한 돈이 14조 원이 넘는다. 아무리 국가라 하여도 이 것을 모두 떠 안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치매 관리의 영역을 어찌 돈에만 국한 할 수 있겠는가? 치매를 앓는 환자의 인격과 가족이 감당하는 심리적 고통과 삶의 질은 어찌 책임질까?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내용에 핵심이 경제적 비용은 아닌 듯 하다.

 

고령화와 치매는 이미 전세계적인 이슈다. 최근 선진국에서 벌어진 획기적인 치매 정책 변화에는 국가 최고 경영자의 생각, 철학, 정책적 결심,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가 깔려 있었다. 1994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임 대통령은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치매에 대한 인식을 고양하고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은 총리시절에 우리시대의 치매는 1980년대 에이즈와 다름없는 무서운 질병이라고 지적하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역설하였다. 프랑스의 사르코지는 대통령 시절에 자신의 정부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국가치매관리대책을 치매에 관한 석학들과 연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직접 발표하였다. 2013년 파리에서 개최되었던 AAIC (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gress) 학회에 운이 좋게도 참석하고 있던 나는 당시의 장면을 부럽고 경이로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책임의 사전적 의미는 1.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2.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그 결과로 받는 제재 3. 위법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 법률적 불이익이나 제재를 가하는 일 이라고 한다. ‘치매국가책임제에서 사용된 책임의 뜻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치매 국가책임제의 선포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국민의 미래를 환자 개인이나 가족에만 맡기지 않고 이 사회와 국가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는 레토릭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을 코 앞에 두고 있다. 한 국가의 치매 관리정책은 그 사회의 안전망과 사회적 안녕을 반영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정책의 시행에 앞서 왜 염려가 없겠는가? 하지만, 나는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길 간절히 기대한다.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고 안전해져서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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